[스크랩] 좋은 시란 무엇인가/이재무
시문학만큼 취향과 기호 면에서 스펙트럼이 넓은 장르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시문학에 대해 절대적이고도 객관적 공준을 세우거나 가치평가를 내리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일반론에도 불구하고 시대마다 보이지 않게 작용하는 묵시적 공준이라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은 어떤 성향을 띤 것들인가?
필자가 보기에 그런 작품들은 대개가 당위적 진실을 강박하는 것이 아닌, 인간과 세계이해에 대한 통찰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들이다. 여기에 몇가지 요건을 덧붙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발견의 미학이 있어야 한다. 이는 곧 '견자의 태도'를 말하는 것으로 현상과 사물과 세계 너머의 이면적 진실을 포착하는 행위를 말한다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퍼진다/저 소리 뒤편에는/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천양희, 시, <뒤편> 전문
종소리 뒤편의 기도문, 화련한 마네킹 뒤편의 시침을 보는 시인의 시선이 날카롭다
둘째, 낯설게 하기 다. 비록 낯익고 진부한 세계와 대상이라도 그것들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를 말한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셋째, 구조적 차원에서의 비유의 원리를 적극 차용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사물간의 유사성에 대한 지각 행위를 말하며 이는 형태적 유사성과 성질이나 내용의 유사성이다
넷째, 시문학은 언어예술이라는 점이다.야콥슨은 "시언어란 일상적 언어에 대한
조직적 폭력을 가한 언어다"라고 했다. 이는 일상적 어법에 대한 일탈적 언어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면 -빈 들이 넘어진다, 해가 시든다, 무릎이 깨진 하느님....
다섯째, 좋은 작품은 생각의 계기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비록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의미 있는 생각거리를 안겨주면 된다
여섯째, 문학은 사실의 재현이 아니라 진실의 구현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진실 구현을 위해 사실을 왜곡, 굴절하고 과장, 축소할줄 알아야 한다.
시인이란 면책특권이 있는 거짓말쟁이임을 잊지 말자.
일곱째, 자기 검열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우리는 타자와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고 있다.
문학이란 본래 불온한 것을 주식으로 삼는 것이어야 한다.
그 외 강연중 명언.....
시인은 마음에 간음할 줄 알아야 한다.
문학은 종교가 아니다.
시인은 모든 사물을 범하고 싶은 충동을 느껴야 한다.
***이 글은 제부도 바다시인학교의 교재중에서 이 재무 선생님의 자료를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