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스크랩] 길을 찾아서·4/천양희

김현곡 2014. 8. 4. 15:09

   길을 찾아서·4
   ―명암리길


                  천양희

 

 

   밝고도 어두운 것이 무엇이었더라 명암리에 머무는 눈길이여 길 끝이 나를 당긴다 밝고 어두운 것이 빛만이 아니다 내 안의 샛길들 뒷길들 명암리는 나를 부추기듯 마음의 구석까지 뭉클해진다 길은 모를수록 새롭고 새 길은 새로워서 낯설다 낯설게 만나는 바람소리 물소리 그 소리 기막히다 새삼 놀란다 내 눈길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는다 모르는 길이 발끝까지 따라온다 나는 생의 명암을 다시 비춘다 비추다가 낯선 길 오래 바라본다 오늘도 길은 밝았다 어두웠다 하였다 다 늦은 저녁에야 마음의 능선 너머 다른 길에 머문다 언제나 알 수 없는 길 속의 길 우린 헤어지고 또 만나야 한다 밝고도 어두운 것이 빛뿐일까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언제부터 내 안에서 웅크린 길 명암리에 가서 풀어놓는다


 

천양희
부산 출생.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 등.

 

                                                              ―『시에티카』 2010년 하반기 제3호

출처 : 시에/시에문학회
글쓴이 : 황구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