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스크랩] 학생부군신위/이정록

김현곡 2013. 1. 22. 14:00

 

학생부군신위

어머니학교 60

 

이정록

 

 

 

가축하고 빗대는 건 얼토당토않다만

외양간 송아지가 아비찾든?

열두 마리 돼지 새끼들 가운데

아버지 찾아달라고 식음 전폐한 놈 있든?

아버지라면 꼴도 보기 싫다고, 니가

작대기로 장독 깨부쉈을 때가 열여섯 살 때다.

우리 집 묵은 장맛이 그때 대가 끊겼다.

늦잠 자는 새끼들 군불이나 지펴주고

대처로 나갈 즈음 대문이나 열어주는 거야.

아비는 다 쓸쓸한 거다. 공부 못해서

외국 안 나가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애들 공부 못하는 것도 복이다.

새끼들 우등생이라고 으스대고 살았다만

무녀이 한 놈만 있었어도 어미 혼자 농사짓겄냐?

허수아비도 짝으로 서 있는 판에.

출처 : 마음의 나룻배
글쓴이 : 단 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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